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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춤 - 자작시

추상

by photoitsuda 2023. 12. 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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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여인은 한 아이의 어머니다.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

미동 없는 눈동자에 흐르는 눈물.

빰 위에는 분노의 그림자가 아늑하게 서려 들고,

그녀의 쇄골 사이에는

회한의 젖은 슬픔이 강물처럼 고여 있다.

그녀는 미완의 삶을 선택하고,

세상이 아닌 그곳으로,

영원의 시간이 필요한 사차원 세계로.

으스스한 천사의 우아한 자태.

대지를 향해 두 발을 내디디려는 듯

힘겹게만 보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죽음을 포옹하는 것.

영원은 침묵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세요! 제발!

온 힘을 다해 춤을 추지만,

세상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다. 우리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새로운 별이 소멸해가도,

고개를 숙인 채 그럭저럭 살아가는구나.

나와 우리들 사이의 낯설음은

침묵하는 자를 잉태하고,

별은 허우적대며 빛을 잃어가리라.

난 우리를 탓하고 싶지 않다.

난 나를 책망하고 싶지 않다

유감은 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녀의 독배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걸.

미소 짓고 귀 기울이며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있다는 걸.

침묵하는 영혼은 물어봐주기를 학수고대한다.

아직 잠들고 싶지 않다는 것을,

묵묵히 임무를 완수하고 싶다는 것을.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았던,

위험한 모험을 떠난 그녀에게 축원을.

 

P.S : 극단적 선택을 한 그녀를 위해 축원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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